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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K팝스타4 홍찬미 나쁜 아이 자작곡 해석

by 까실 2014. 12. 23.

 

 

어떨 때는 심사가 실력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맞느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 오디션 프로 본선 진출할 정도의 클래스면 사실 실력들은 다 뛰어나다. 내가 유리멘탈이지만 오디션 프로를 보면서 별로 떨리지 않는 이유가 그거다. 조금 더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있지만, 무대 하나에 극찬을 받든 혹평을 받든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다 잘하기 때문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심사가 모든 걸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도, 그들의 이야기가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것도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심사위원들 얘기가 전문가의 소견이고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서 하는 말이므로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지만, 그걸 100%로 여기고 자기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 유희열 말대로 '심사에 모든 것을 맞출 필요는 없다'. 자기도 심사위원이면서 홍찬미 양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참 감동적이었다. 자기 스타일대로 밀고 나갈 것을 독려한 덕에 나는 참 고맙게도 내 취향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오디션 점수를 잘 못 받으면 어떤가. 소수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되지. 이번 홍찬미 노래가 내게는 극찬에 극찬을 받았던 이진아보다 더 좋았다. 취향에 정답은 없으니까.

 

 

 

 

 

 

나쁜 아이

 

 도망치는게 아냐

나는 그저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뿐

차가운 눈빛들이 자꾸 나를 쫓아와

따스한 곳을 찾아 나선 것 뿐

화려한 거리 위의 사람들처럼

머무를 곳을 찾아 헤맨 날들

가질 수 없는 걸까

반짝이는 그대여

손버릇이 나쁜 난

네 마음을 훔친 나쁜 아이야

나는 나쁜 아이야

차가운 눈빛들이 자꾸 나를 쫓아와

따스한 곳을 찾아 나선 것 뿐

돌아갈 곳이 없어

어디에도 어디에도

왜 날 두고 간거야

버려지는 것이 싫어

너의 기억을 모두 내 손으로 죽인

나는 나쁜 아이야

나는 나쁜 아이야

나를 탓하는 그런 아픈 말들

오해였다면 좋을 내 잘못은

사랑 받고 싶어요

혼자 두지 말아요

노력한 것이 모두 옳지 못했던 나는 나쁜 아이야

나는 나쁜 아이야

 

 

 

가사가 난해하다는 지적에는 일부 동의할 수 있다. 한번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딱 꽂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사를 하나하나 이해하지 않아도 전체적인 느낌은 이해할 수 있다.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면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어도 가슴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짐작한다.

개인적인 해석을 하자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서투르게 다가가지만 부담스럽고 무서워서 곧 도망쳐 버리는 이중적인 마음을 가진 아이의 심정을 노래했다고 본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귀찮다'라는 기분 느껴본 적 없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답답한 심정. 차갑고 외로운 혼자만의 공간이 싫어 어설프게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를 찾아 나서지만 곧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을 피해 또 잠시 생각하고 휴식을 취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는. 거리낌없이 어울리는 저 많은 거리 위의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만 그런 행복은 내게는 너무 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대'의 따뜻한 온기와 자신감 있는 화려한 모습이 좋은 나는 애써 다가가서 관계를 갖고 그 사람의 마음을 훔치지만 곧 관계가 너무 힘들어 자꾸 뒤로 물러서게 되고, 그런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 내가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고 부르며 자책하는 걸로 해석했다. 하지만 내가 관계가 무서워서 도망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대가 나를 잡아 주기를, 나를 버리고 떠나가지 말고 잠시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관계가 서툰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실수를 저지는 경우가 많다. 말실수를 하거나, 약속을 잡아 놓고 부담스러워서 갑자기 잠수를 타거나, 연락을 하지 않거나, 등등. 이런 모습은 마음과는 다르게 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관계가 자꾸 흔들리는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주위에서는 나를 탓한다. 그래서 나는 '노력한 것이 모두 옳지 못했다'며 또 자책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랑 받고 싶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 너무 외롭고 추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