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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장염 투병(?)기: 퇴원하다

by 까실 2015. 7. 22.

일주일간의 입원감옥에서 풀려나 집에 올 때 정했던 목표는 세 개였다.

사는 목표를 '건강'으로 두자, 어딜 가든 집밖에 있자, 운동하자.

 

건강하기 위해 산다니 먹기 위해 산다는 것만큼이나 이상하게 들리지만, 건강은 1순위로 두지 않으면 자꾸만 밀리고 밀려서 더더더 나빠지는 길로 간다. 젊어질 일은 없고 늙을 일밖에 없는데(..) 안 그래도 저질체력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 운동장 한 바퀴 걷는 것도 힘에 부칠 지경이었다. 퇴원한 날 집 근처 학교 운동장 두 바퀴 돌고 충격 받았다. 뛴 것도 아니고 심지어 느리게 걸었는데.

 

 

 

 

 

평소에 집밖에 나가기를 싫어...했다기보다는 귀찮아했지만 병원에 갇혀 있다 보니 어디든 좋으니 밖으로 가고 싶었다. 나와 봤자 만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 일도 없지만 그냥 밖에 있는 것 자체로 숨통이 트인다.

사진은 노란 링거를 꽂고 저 푸른 산으로 뛰쳐나갈 수 없는 신세를 한탄 중인 모습이다.

 

 

병자라는 죄로

병원이라는 교도소에서

병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환자명단이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환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주삿바늘이라는 벌을 받고

퇴원이란 석방을 기다린다

 

이러면서 말이다. (..)

참고로 병원에서 받는 벌이 여러 개가 있겠지만 내게 최고는 주삿바늘이었다. 보통 3일에 한 번씩 갈아준다는 링거 바늘을 일주일 동안 여섯 번 찔렀다. 왼쪽 팔에 3개 오른쪽 팔에 3개 사이좋게 뚫린 자국이 있다. 혈관이 안 보여서 잘 찌르지도 못할뿐더러 혈관통이 있어서 결국 내가 못 버티고 바늘 빼달라고 했다. 개중 한 곳은 얻어맞은 것처럼 멍이 아주 넓고 깊게 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겠지만 혈관이 튼튼한 것도 축복이다. 진짜다.

 

 

 

 

그러나 퇴원하니 병원에 있을 때보다 활동반경이 좁아졌다는 게 함정. 병원에 있으면 밖에는 못 나가도 건물 안만큼은 1층부터 4층까지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집은 300평이 되지 않는 이상 병원보다 좁으니까. 어디든 나가려면 준비과정이 참 귀찮다는 게 한몫한다. 그리고 병원은 시원한 반면 집 밖은 덥다. 무지 덥다. 한여름에 입원한 덕에 일주일간 더위는 모르고 살았다.

 

 

 

 

집에 드러눕자마자 다 귀차늠 모드로 돌아왔지만 퇴원할 때의 맹세(?)를 잊지 않기 위해 카페라도 왔다. 

아이스와 카페인과 우유가 모두 장염에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매일 마셨으니... 그래서 장염에 걸렸구나... 그랬구나.....) 따뜻한 차이티 라떼를 두유로 주문했다. 우유 대신 두유로 주는 스타벅스 고맙습니다....

여름에 따뜻한 음료 시키는 사람 나밖에 없...는 거 아니쥬? 일단 주변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할 일이 없어서 일기나 쓰고 있다. 사실 할 일 많은데 귀찮아서 이러고 있다.

 

결론: 건강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