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에 아버지와 갔던 추억을 되새기며...
그때는 두물머리만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는 세미원으로 들어가서 두물머리까지 한 바퀴 돌아서 오는 걸로.
세미원은 당일여행으로 가기 좋은 곳이다. 가깝고 경치가 좋아서 연인과 구경하면 좋을 듯 한데~ 안그래도 세미원 갔다 왔다고 하니까 아는 아줌마는 "그 좋은 델 엄마랑 갔어? 아까워라~" 하셨다. 나도 남친 있으면 같이 갔지...ㅋㅋㅋ
입장료는 성인 4000원이다. 쪼금 아까운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힐링 되니까.ㅋㅋㅋ
세미원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곧 징검다리가 보였다. 저기로 건너가지는 않았지만.. 냇가에서 놀듯 건너갔어도 재미있을 듯^^
요런 돌하루방(?) 같은 석상들도 보이고.
세미원이 연꽃 정원이라서 그런지 물이 많다. 곳곳에 연들이 피어 있고~ 화려한 꽃들도 많고.
옹기에서 솟아나오는 분수가 신기하고 예뻐서 한 컷. 조선 스타일(?) 퓨전 분수도 나름대로 멋있다.
저 안으로는 안 가봤지만... 검은잉어연못이라는 것도 있나 보다.
커다란 항아리도 보이고.
무슨 문이라고 적혀 있는데... 한자네? 으잉... 어쨌든 길이 예쁘다.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게 신기해서 한 장.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연못 진짜 예쁘다...ㅠㅠㅠㅠ 도자기가 한가운데 떠 있으니까 무슨 황실 정원 같은 느낌?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쭉 둘러보니 연들이 이렇게 빽빽이 들어차 있는 곳이 꽤 되었다. 꽃은... 별로 안 보였지만ㅠㅠ
곳곳에 연꽃에 대한 시들이 등처럼 걸려 있었다. 조상들이 연꽃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시를 지었나~ 놀랍다. 자연과 풍류를 즐겼던 조상들의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라는 교과서적인 생각ㅋㅋㅋㅋ
많은 시가 있었지만 왠지 마음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키는 시였다. 진흙탕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연에서 교훈과 다짐을 얻나 보다.
고3 때 담임선생님의 '난초처럼 살지 말고 미나리같이 살아라'라고 하신 말씀이 새삼스레 기억난다. 난초는 환경을 많이 가리고 쉽게 죽어버리는 식물이고, 미나리는 연꽃처럼 흙탕 속에서 자라는 식물이라고 한다. 더럽혀지는 거 상관 말고, 혼자 고고한 척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어 궂은 일 마다 말고 헤쳐나가며 살라는 거겠지.
글쎄, 미나리같이만 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난초처럼 살지 말라는 건 솔직히 조금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이 아닌가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미나리에게는 미나리의 삶이 있듯, 난초에게도 난초의 삶이 있으니까. 난초로 태어난 사람에게 미나리로 살라고 하는 건 가혹하잖아. 물론 그 반대도 가혹한 일이고.
조그마한 전각이 있는 정원이 보였다. '약속의 정원'이라고 이름붙여진 '세한정'이다. 그냥 꾸며놓은 정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의 그림 풍경을 재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전각 안에는 추사 김정희의 삶과 '세한도'에 대한 설명이 있다. '세한도'는 추사를 연구하던 일본인 교수가 소장하고 있었는데, 이상적(?)이라는 사람이 교수를 힘겹게 설득해서 우리나라로 갖고 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작품을 갖고 오자 마자 그 일본인의 집이 불타버렸다고... 귀중한 문화재 하나를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높이 솟아 있는 잣나무. 나무가 조금만 더 튼튼했으면 위로 올라가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잠깐. 어차피 나무도 못 타지만~ 상상은 자유니까.ㅋㅋㅋㅋ
요 다리를 건너면 세미원에서 두물머리로 이어진다. 다리만 찍었지만 양 옆을 보면 배들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로 되어 있다. 괜히 흔들리는 것 같아서 겁먹고 어어...ㅋㅋㅋㅋ 요것도 건널 때는 몰랐지만 조선 후기에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찾을 때마다 이용했던 배다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정조도 정조지만... 양 옆으로 빽빽하게 걸려 있는 깃발들 그리고 다리 밑으로 이어져 있는 배들을 보니 왠지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썼던 연환계가 연상된다. 예전엔 삼국지 덕후였는데...ㅋㅋ 요즘은 읽은지 하도 오래 돼서 정사는커녕 연의 내용조차 기억이 잘 안 난다. 연환계를 쓰라고 꼬셨던 게 방통이었나? 이 몹쓸 기억력...ㅠㅠ
두물머리(양수리)로 넘어와서 쭉 걸어오다보면 큰 나무가 보인다. 400년이나 된 보호수라고 한다.
엄마랑 여기에 앉아서 잠깐 쉬었다. "요 나무는 400년이나 살았으면 임진왜란도 봤을까?" 이런 얘기들 하면서...ㅋㅋㅋㅋ
두물머리 끝에서 전방으로 펼쳐진 강의 모습을 찍었더니... 마치 작은 섬의 바닷가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아버지랑 왔었던 기억을 새록새록 되새기면서 잠시 바라보다가 뒤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땐 여기까지 걸어오는 게 참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오늘 보니 별로 안 머네? 여기서 아버지랑 옥수수도 먹고 그랬었는데... 하면서.
추억도 있는 곳이고... 가깝고 경치도 좋고 바람 쐬러 가기 좋은 곳이라서 또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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