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명 '핫플레이스'에 출몰하는 사람도 아니고 빠른 리스너도 아닌지라... 많이들 그렇듯이 나도 혁오를 무한도전으로 알게 되었다. 혁오의 노래 몇몇이 영상 또는 라이브로 짧게 소개되었는데 '와리가리'라는 한 곡이 꽂혀서 '아, 저런 음악 하는 밴드라면 내 취향에도 맞겠다'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혁오 음악 중에 그런 스타일은 와리가리 하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첫느낌으로는 그럼 와리가리라도 100번 들을 것 같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게 되었다. 생각보다 혁오가 너무 떠 버렸다. 다들 좋다고 하면 나는 괜히 좋다고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심리가 또 불쑥 튀어나왔다. 이런 쓸데없는 반항심 때문에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넘어간 유행이 얼마나 많은지. <인터스텔라>도 모르고, <복면가왕>의 클레오파트라가 누군지도 몰랐고, <마이리틀텔레비전>도 얘기만 많이 들었지 백주부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주 최근에서야 알았다. 무한도전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정재형이 빵 뜨니까 가끔 출몰하던 '나만 알던 뮤지션인데 너무 유명해져서 뺏긴 기분 ㅠㅠ'이라는 댓글이 그땐 참 이해가 안 됐는데, 같은 심리는 아니지만 왠지 좀 이해가 되려고 한다. 너무 유명한 건 좋아하기 싫고, 내가 좋아하는 건 유명해지면 안 되고.
평생 혁오 음악은 무도 가요제 곡 빼고는 안 들을 것 같았지만 결론적으로 듣게 되었다. 지금도 듣고 있다. 싫다 싫다 했지만 하도 많이 노출되는 바람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멜론만 켜면 1, 2위가 모두 혁오의 '와리가리', '위잉위잉'이고, 포털사이트만 켜도 뉴스 메인에 등장하고(표절논란이기는 하지만), 무한도전 재방이라도 보려고 하면 '위잉위잉'을 라이브로 부르던 혁오가 나오니... 한두 번은 무심코 들었다가 결국 '위잉위잉'에 빠져 버렸다. 반복노출이 이래서 위험하구나 싶었다.
하기야 혁오는 응원할 이유가 충분하다. 만약 안 떴더라도 내가 먼저 스밍이라도 돌려 줘야 할 처지다. 4대천왕의 간택을 받았는데 스타가 돼야지. 나도 참 못말리는 돈빠... 가요제 제왕(ㅋ) 정형돈이 그동안 간택한 정재형과 GD는 방송에서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음원으로는 그리 큰 이슈가 못 됐었는데, 음악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혁오라면 방송분량은 좀 덜 나와도 이번엔 음악으로 승부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해 본다. 솔직히 박명수-아이유 팀의 음악이 가장 기대가 되기는 하지만 응원은 이쪽을 제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제 프라이머리 같은 사태만 안 생기면 되는데.